결론부터 말하면, 제주 전통 시장에서 선물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비닐봉지에 넣어두면 망치는 식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에서 파는 말린 갈치, 흑돼지 육포, 감귤 잼, 유채꿀 등은 모두 훌륭한 선물감이지만, 포장과 보관법을 잘못 선택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특히 비닐봉지에 그대로 넣어 두면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피거나, 밀봉되지 않은 상태에서 냄새가 배는 경우가 많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제주산이니까’ 하고 열어봤다가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시장에서 직접 골라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단계별로 정리한다.
먼저 제주 전통 시장에서 ‘물 좋은 말린 갈치’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시장마다 몇 군데씩 있는 건어물 가게 앞에 서면, 상인들은 저마다 자기 물건이 최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덜컥 사면 안 된다. 신선한 말린 갈치의 기준은 ‘반짝이는 은백색’이 아니라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가’이다. 표면이 너무 하얗게 말라 있거나, 꼬리 부분이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는 오래된 것이다. 좋은 말린 갈치는 적당히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구웠을 때 기름기가 흐른다. 이런 상태를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장 통로에서 가장 오래 영업한 집을 찾는 것보다, 점심시간 이후에 찾아가서 ‘오늘 손질한 것’을 직접 달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아침 일찍 나온 물건은 아직 말리는 과정이 덜 끝났을 수 있고, 오후에 나온 것은 당일 손질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른 말린 갈치를 비닐봉지에 넣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갈치를 비닐봉지에 넣으면 남아 있는 수분이 봉지 안을 덥혀서 결로가 생긴다. 결로가 생긴 상태로 며칠만 지나면 표면이 끈적해지면서 비린내가 심해진다. 제주 현지인들은 말린 갈치를 ‘한지’나 ‘종이 포장지’에 싸서 보관한다. 종이는 습기를 어느 정도 빨아들이고, 그다음에 다시 냉장 보관하면 수분이 과도하게 차는 것을 막아 준다. 선물용으로 산다면, 가게에서 진공포장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진공포장이 어렵다면, 두꺼운 종이로 싼 뒤에 다시 랩으로 감싸라고 안내하는 것이 좋다. 단, 이때 냉장고에 넣을 때는 밀폐 용기에 넣지 말고, 종이 포장 상태 그대로 냉장실에 두는 것이 알맞다.
다음으로 제주 흑돼지 육포는 ‘맛’보다 ‘색’을 보고 골라야 한다. 시장에서 파는 육포 중에서 붉은색이 선명한 것은 대부분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제주 흑돼지로 만든 육포는 겉보기에도 붉은빛이 덜하고, 육질이 거칠어 보인다. 그렇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이걸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대로 찢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손으로 조금 떼어 봤을 때 섬유질이 길게 찢어지면 제대로 된 육포이고, 부스러지듯이 잘게 갈리면 원료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흑돼지 육포는 보관이 까다로운 편인데, 개봉하지 않은 상태라면 서늘한 곳에서 두 달 정도는 무난하다. 문제는 개봉 후다. 종이 포장에 싸여 있던 육포를 비닐봉지에 다시 넣으면, 공기 중의 습기를 머금어서 표면이 미끈거리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실온에 두면 하루 만에 상하기 쉽다. 따라서 선물할 때는 ‘한 번에 먹을 만큼씩’ 나눠서 포장해 주는 것이 좋다. 만약 선물 상자에 큰 덩어리 육포 하나만 들어 있다면, 받는 사람이 먹기 시작한 뒤에는 냉장 보관하라고 알려 주는 것이 예의다.
감귤 잼의 경우에는 유리병에 담긴 것을 고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병뚜껑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장에서 수제 잼을 파는 곳은 많지만, 뚜겅이 살짝 들떠 있거나, 잼 표면에 거품이 보이는 것은 이미 발효가 시작된 것이다. 제대로 만든 감귤 잼은 뚜껑을 열었을 때 ‘팡’ 소리가 나며,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가 흐른다. 또 감귤 껍질이 들어간 잼이라면, 껍질이 너무 크게 썰려 있지 않고 잘게 다져져 있어야 설탕에 절여진 맛이 고르게 난다. 보관법은 명확하다. 개봉 전에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두면 되고, 개봉 후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병에 든 채로 냉장고 문 쪽’에 두는 것이다. 냉장고 문은 온도 변화가 심해서 잼이 상할 수 있다. 선물할 때는 냉장고 안쪽에 세워서 보관하라고 안내하는 것이 좋다. 유리병이라서 깨질 걱정이 있다면, 포장할 때 완충재로 신문지나 에어캡을 여러 겹 감싸서 상자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유채꿀은 제주 선물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품목이다. 꿀은 상온에서 잘 변질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유채꿀은 성분상 포도당 함량이 높아서 겨울철에 쉽게 굳는다. 그래서 ‘결정화된 꿀은 불량품’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유채꿀이 뿌옇게 굳은 것은 오히려 자연 산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꿀을 살 때는 ‘액체 상태로 맑은 것’보다 ‘약간 흐린 것’을 고르는 편이 낫다. 지나치게 맑고 투명한 꿀은 가열 처리 과정을 거쳐 효소가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유채꿀 보관의 핵심은 ‘직사광선 피하기’다. 꿀은 열에 약해서, 여름철 차량 트렁크나 베란다에 방치하면 색이 어두워지고 향이 사라진다. 따라서 선물할 때는 ‘실온에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되, 햇빛이 들지 않는 찬장’에 두라고 안내하는 것이 정확하다. 유리병에 담긴 꿀은 뚜껑을 잘 닫아 두면 수년간 보존되지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꿀은 장기 보관 시 용기 자체에서 미세 성분이 스며들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사자마자 유리병으로 옮겨 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포장 선택’ 그 자체다. 시장에서 포장을 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비닐봉지에 넣어 주거나, 종이 상자에 담아 주는데, 이때 비닐봉지보다는 종이백을 요청하는 것이 낫다. 특히 말린 생선이나 육포처럼 냄새가 있는 품목은 여러 개를 한 봉지에 넣으면 서로 냄새가 배기 쉽다. 그러니 품목별로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하고, 상자에 넣을 때는 각각을 종이로 분리해서 넣는 것을 추천한다. 보관법에서 가장 핵심은 ‘습기’와 ‘온도’다. 제주는 연중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육지로 가지고 가는 동안에도 밀폐된 가방보다는 종이백이나 천으로 된 포장재에 넣어서 통풍이 되게 하는 것이 좋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 기내 선반은 생각보다 온도가 낮다. 이것은 오히려 좋은 조건이지만, 도착 후에 바로 꺼내지 않고 짐에 넣어두면 결로가 생길 수 있다. 도착 즉시 꺼내서 서늘한 곳에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말린 갈치는 진공포장 또는 종이 포장 후 냉장 보관하고, 흑돼지 육포는 개봉 전 실온 보관과 개봉 후 냉장 보관을 구분한다. 감귤 잼은 유리병 상태 그대로 서늘한 곳에 두되, 개봉 후에는 냉장고 안쪽에 보관한다. 유채꿀은 시원한 찬장에 보관하고, 굳었더라도 중탕으로 녹여 먹으면 된다. 비닐봉지는 모든 품목에서 최악의 선택이다. 이것 하나만 기억해도 제주 시장 선물은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시장에서 살 때 ‘선물용이니 튼튼하게 포장해 달라’고 말하면, 상인들도 나름대로 경험에 비추어 더 안전한 방법을 제안해 준다. 그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비다.